실무자와 책임자를 동시에 설득하는 ‘이중 레이어 제안법’
B2B 제안을 하다 보면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누구에게 맞춰서 제안을 짜야 하지?”
실무자의 마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고,
결정권자인 팀장의 승인을 받는 것도 필수죠.
하지만 그 두 사람의 관점은 다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걸 ‘이중 레이어 제안법’이라고 부릅니다.
실무자와 책임자의 니즈를 동시에 담아내는 제안 설계 전략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사업 초창기에 작은 회사로서 대기업을 설득했던 실제 사례를 통해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공유해보려 합니다.
1. 다른 언어
사업 초창기, 저희는 정말 작은 회사였습니다.
어느 날 한 지인을 통해
대기업 홍보팀 임원(상무님)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가산점도 없었고,
정식 제안 요청을 받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소개”라는 기회 하나뿐이었죠.
홍보팀에는 실무 담당 과장님도 계셨고,
자연스럽게 이 제안은 팀장과 실무자가 동시에 관여하는 구조로 흘러갔습니다.
저희는 이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 실무자(과장님)는 현실적인 실행과 부담을 고려할 것이다.
- 팀장(상무님)은 브랜드 관점의 전략성과 리스크를 고려할 것이다.
같은 제안이더라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제안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2. 실무자 마음
당시 저희 전략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접근이었죠.
영업 담당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상무님을 짧게 뵙고 인사만 드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10분 내외의 짧은 방문, 가벼운 대화.
그저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실무 과장님 입장에서는 그 상황이 점점 신경 쓰이기 시작한 겁니다.
“왜 저 상무님은 저 회사를 자주 만나지?”
“저 영업담당자를 이렇게 신뢰하는 건가?”
호기심은 곧 관심이었습니다.
과장님은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저희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이런 시스템도 가능하세요?”
“기획안에 브랜드 스토리 넣는 방식도 제안해보실 수 있나요?”
이 지점부터 우리는
실무자의 현실적인 니즈와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고,
그것을 제안서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고객사 내부의 홍보 콘텐츠 관리 방식,
디자인 감수 프로세스,
사내 커뮤니케이션 흐름 등을
과장님과 짧게 나눈 대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3. 모두의 니즈
동시에 우리는
상무님과의 미팅에서 전략적 방향성과 가치에 집중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홍보 채널의 통합 효과,
글로벌 경쟁사와의 차별화 요소,
브랜드 일관성을 강화할 수 있는 콘텐츠 구조 등
임원이 신경 쓰는 의사결정 포인트를 정리했습니다.
그 결과, 제안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구성되었습니다:
- 앞부분: 브랜딩 전략, 장기적 가치, 경쟁사 분석 → 임원 레이어
- 중간~후반부: 실제 적용 화면 예시, 업무 간소화 구조, 관리 툴 예시 → 실무자 레이어
즉, 같은 제안서 안에
두 사람의 언어를 따로 담은 ‘이중 구조’였던 겁니다.
그 제안은 최종적으로 채택되었습니다.
당시에 우리 회사는 경쟁사에 비해 규모도 작고 인지도도 낮았지만,
저희는 관계 설계, 니즈 분석, 역할 맞춤 제안으로 승부했습니다.
실무자도 만족했고,
임원도 전략적으로 납득했습니다.
작은 다윗이 골리앗을 설득해낸 순간이었습니다.
결론, 실무자와 책임자의 언어를 이해하면 니즈가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안을 ‘자료’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B2B 제안은 ‘설득의 흐름’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어야 완성됩니다.
- 실무자는 자신의 업무에 직접적인 변화가 생기는지를 봅니다.
- 팀장은 회사의 리스크와 전략적 명분을 봅니다.
둘 중 하나만 만족시키면
제안은 그냥 “좋은 설명”이 됩니다.
하지만 둘을 모두 설득하면
그 제안은 바로 “실행 가능한 결정”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제안서에 들어가는 내용만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누구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이게 썼느냐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