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응대 - 무조건적인 친절은 아닙니다.
영업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사람을 대하는 일입니다.
특히 고객 응대에서 “친절하게 하라”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지침이지만, 때때로 오해되곤 합니다.
무조건적인 친절,
그리고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자신을 놓쳐버리는 태도.
그런 친절은 때로는 오히려 신뢰를 잃게 만들고,
결국 스스로를 지치게 만드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경험하고 느꼈던
“친절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와
고객 응대에서 필요한 공감과 경계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친절
친절은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고객의 말에 잘 반응하고, 표정을 읽고, 한 발 먼저 배려할 수 있다면
상대는 분명 당신을 ‘기분 좋은 사람’으로 인식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는 데에 있습니다.
모든 고객 요청에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자신의 판단 기준 없이 행동하게 되면,
상대는 점점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고,
결국 당신의 역할과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제가 예전에 함께 일했던 후배 중에
항상 “고객이 원하는 건 다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고객 반응도 좋았고, 칭찬도 많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 약속하지 않은 수정 작업을 해줬고,
- 기준 없이 일정도 당겨줬고,
- 내부 조율이 되지 않은 사안도 “가능합니다”라고 먼저 말해버렸습니다.
결국 고객에게도, 팀 내부에서도 신뢰를 잃고 말았습니다.
고객은 “기준이 없다”고 느꼈고,
팀은 “의사소통이 안 된다”고 답답해했습니다.
친절은 태도지만, 그 위에 기준이 있어야 지속 가능합니다.
나를 지우는 친절은 결국 무너집니다.
2. 메뉴얼 기반
한 번은 일본 여행 중에 인상 깊은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상점에서 실수로 포장을 요청하지 않고 계산을 마쳤는데,
직원이 밝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죄송하지만, 계산이 끝난 후엔 포장 처리가 어렵습니다.
다음엔 꼭 말씀 주세요!”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단호함 속에 예의가 담긴 태도였기에,
‘이 매장은 시스템이 메뉴얼대로 잘 되어 있구나’라는 신뢰가 생겼습니다.
일본 상인들은 친절하기로 유명하죠.
관광객들도 종종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그들의 친절은 ‘매뉴얼과 시스템’ 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매장마다 운영 기준이 명확히 있고,
직원은 그 틀 안에서 최대한 따뜻하게 반응합니다.
즉, 기준과 친절이 함께 가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기준 없이 감정만 앞세운 친절은
조직 내부의 일관성을 해치고,
결국 고객 혼란이나 서비스 오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진짜 프로의 친절은, 매뉴얼 위에서 탄생합니다.
3. 밸런스
고객 응대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부드럽게 단호한 사람”이 되는 것 즉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공감하지 않는 태도는 고객의 마음을 닫게 만들고,
무조건 끌려가는 태도는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예전에 고객이 요청한 일에 대해
내부 기준상 도와드릴 수 없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말씀해주신 내용은 충분히 공감됩니다.
실제로 그 부분이 고객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점이라는 것도 이해합니다.
다만 현재 우리 계약 조건과 시스템 기준상,
지금 단계에서는 바로 도와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대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그때 고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얘기해주시니까 오히려 더 믿음이 가네요.”
고객은 모든 걸 들어주는 사람보다,
자기 입장을 명확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을 더 신뢰합니다.
단, 그 말이 부드럽게 전달될 때 더 큰 힘을 가집니다.
결론, 고객의 응대는 밸런스있는 친절로 대합니다.
영업도, 고객 응대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입니다.
우리는 상대를 존중하고,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애쓰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기준과 원칙을 놓치게 된다면
그 친절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고객은 감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따뜻하게 공감하되,
조용히 기준을 지킬 수 있는 사람.
예의를 갖추되, 원칙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
그게 바로 지속가능한 고객 관계의 출발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고객 응대는 ‘감정을 맞춰주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세워가는 기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