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거절
영업에서 ‘거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제가 영업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거절이라는 단어 자체가 과소평가되거나 오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초보 영업인들이 거절을 들으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그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거절은 오히려 진짜 대화가 시작되는 시점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저와 제가 사업을 하면서 가르쳐온 제자들의 성과를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왜 거절이 기회의 다른 이름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다시 제안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 필수 과정
영업 상담을 시작하면, 저는 2~3번의 거절은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더 적으면 오히려 고객의 진짜 문제를 아직 마주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상담 전에 예상되는 거절 유형들을 미리 정리해보는 습관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영업이란, 고객의 감춰진 니즈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을 저는 “깔때기 구조”에 비유합니다.
초기에는 질문을 넓게 던집니다. 고객이 처한 환경, 현재의 문제, 관심 분야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죠.
그러나 고객은 처음부터 자신의 ‘핵심 고민’을 정확히 말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예산이 없어요.” “우선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에요.” 같은 말들로 피드백을 줍니다.
이런 반응은 흔히 ‘거절’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정보 제공에 가깝습니다.
이 시점을 지나면 상담은 점점 구체화됩니다.
“지금 예산이 없다고 하셨는데, 내년 예산은 언제쯤 확정되시나요?”
“내부 검토 시 어떤 부서에서 관여하게 되시나요?”
이런 질문들을 통해 고객이 어떤것에 민감한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깔때기형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엔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두 가지 포인트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고객의 ‘진짜 문제’가 또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문제만 명확하면 우리는 가장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2. 숨은 뜻
제게는 아주 인상 깊었던 한 고객 경험이 있습니다.
B2B 플랫폼 도입 제안을 드리기 위해 한 금융 계열사 실무자를 만났습니다.
자료 준비도 철저히 했고, 경쟁사 대비 강점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이 끝나고 돌아온 말은 의외였습니다.
“좋은 내용이네요. 내부적으로 공유는 해보겠습니다.”
이 말은 곧 ‘정중한 거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저는 바로 물러날수는 없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고객이 말하지 않은 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제안을 다시 해석하고, 접근 방식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며칠 후, 고객에게 짧은 이메일을 드렸습니다.
“지난 제안이 조금 일방적이지 않았나 돌아봤습니다. 혹시, 고객님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이신가요?”
이 짧은 질문 하나가 대화의 문을 열었습니다.
고객은 “사실 보안 쪽 이슈가 커지고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라고 답을 주셨습니다.
처음 제안서에서는 보안 이야기가 후반부에 간략히 정리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그 항목이 제안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저는 보안 문제 중심으로 제안을 전면 재구성했고, 그 뒤 다시 미팅 요청을 드렸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는 성사되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고객은 '아니요'라고 말하면서도, 그 안에 '이렇게 해달라'는 요청을 숨겨놓고 있다는 사실을요.
3. 활용 법
저는 수많은 제자들을 코칭하면서 이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고객이 거절하면 언제까지 따라붙어야 하나요?”
“몇 번 거절당하면 그냥 포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언제나 이렇게 말합니다.
“거절을 무시하지 말고, 활용하세요. 그 안에 힌트가 있습니다.”
거절은 데이터를 줍니다.
“이 타이밍은 아니다.” “이 구성은 먹히지 않는다.” “고객의 기대와 어긋난 부분이 있다.”
이런 정보들은 모두, 다음 제안의 품질을 높이는 자산이 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거절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연습입니다.
영업이란 결국 인간관계의 연장선입니다.
그러므로 거절은 인간관계에서 흔히 있는 ‘조율 과정’일 뿐임을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내 관점에서 최선을 다한 제안을 했고,
고객은 자신의 입장에서 솔직한 피드백을 준 것일 뿐이죠.
중요한 건 그 다음입니다.
이 거절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다시 설계할지를 결정하는 태도입니다.
이 태도 하나로 같은 제품을 파는 영업자 간에도 성과의 격차는 크게 벌어집니다.
결론, 방향을 찾는 시작
고객이 거절하는 것은 '나 라는 인격'이 아니라 '나의 제안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거절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해 달라는 신호입니다.
고객이 “아니요”라고 말할 때, 그 안에는 “지금 이건 아니지만, 다른 방향은 없을까요?”라는 숨은 뜻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고객의 신호를 진심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영업은 ‘일방향 설득’이 아닌 ‘양방향 대화’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25년 비즈니스 경험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