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힘 – 고객의 니즈를 찾는 대화의 기술
영업을 하다 보면
고객은 많은 말을 합니다.
“고급스럽게 해주세요.”
“세련되게요.”
“요즘 감성 아시죠?”
그런 말들을 듣고 나면
가끔 멍해질 때가 있습니다.
‘도대체 고객이 말하는 고급스러움이 뭘까?’
‘이건 느낌이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말인데…’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질문력’입니다.
고객의 말 뒤에 있는 진짜 니즈를 찾아내는 힘,
그게 바로 설득보다 중요한 대화 기술입니다.
1. 말의 이면
얼마 전,
세계적인 도어락 및 대형 출입문을 설계/제조하는
글로벌 기업이 우리 고객이 되었습니다.
첫 미팅은 고객사 대표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처음부터 말씀하셨죠.
“우리 제품은 호텔, 리조트에 들어가는 고급 자재입니다.
웹사이트도 고급스럽게 만들어주세요.”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해달라.
이 말은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고급스럽다’는 말이 사람마다 너무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 어떤 이는 색이 화려한 걸 고급이라 하고
- 어떤 이는 무채색의 절제가 고급이라고 하며
- 어떤 이는 글씨체나 인터랙션의 디테일을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표님 말씀을
바로 믿지 않고, 단서로 받아들였습니다.
‘아, 이분은 자기 제품의 프리미엄 감성을
디자인으로도 연결하길 원하시는구나.
그런데 그 감성이 과연 어떤 톤일까?’
2. 좋은 질문
그래서 바로 디자인 디렉터를 붙였습니다.
가장 감각 있는 팀원이 시안을 작업했습니다.
우리가 보기엔 완성도도 높았고, 세련된 느낌도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표정이 밝지 않으셨습니다.
“좋긴 한데…”
“뭔가 아직 덜 끌리네…”
정확한 피드백은 없고, 미묘한 분위기만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제안했습니다.
“대표님, 혹시 웹사이트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곳 한 군데만 같이 찾아보실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대표님은 주저 없이 함께 찾아보시더니,
어느 미국 기업의 사이트 하나를 보여주셨습니다.
그 사이트는 한국 정서로 보면 너무 단순했습니다.
화이트 여백이 많고,
컨텐츠는 최소한이었으며,
레이아웃은 군더더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전 이런 게 고급스럽게 느껴져요.
너무 설명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절제된 느낌.”
그 순간 확신했습니다.
이분에게 ‘고급스러움’은 ‘간결함’이었다.
3. 방향을 바꾸는
만약 그때 우리가
“이 디자인이 충분히 고급스럽습니다”라며
설득하려 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고객과의 신뢰는 훼손됐을 겁니다.
좋은 결과도 기대하기 어려웠을 거고요.
하지만 질문 하나로
고객이 말하는 추상적인 요구를
스스로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 “좋긴 한데…”에서
- “이런 스타일이 좋다”로 바뀌는
그 전환의 힘은
설명이 아니라, 질문에서 나왔습니다.
결국 저희는 그 레퍼런스 스타일을 기반으로
빠르게 새로운 시안을 만들었고,
고객은 “이번엔 정말 딱이다”라며 만족해하셨습니다.
결론: 고객의 말은 해석의 출발점이고, 질문은 설계의 시작입니다
고객은 말을 합니다.
때로는 애매하게,
때로는 추상적으로,
때로는 본심을 숨긴 채.
하지만 우리는 그 말에 휘둘리면 안 됩니다.
그 말의 이면을 해석하고,
진짜 니즈를 찾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묻고, 들어주고, 맥을 짚는 사람이
결국 고객과 오래 갑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고객의 말은 ‘정답’이 아니라 ‘출제’입니다.
그 말을 듣고,
당신이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진짜 정답을 만듭니다.”